다시 면접철이 다가왔다. 그리고, 면접관으로 들어가서 정말 기초적인 IT지식들을 물어보고 나서 마지막으로 내가 물어보는 것은 이거다.
” 내가 당신을 왜 뽑아야하죠? 우리 회사가 당신을 채용해야 하는 이유는 뭐죠? 열심히 하겠다는 말은 빼고 해보세요.”
기본적으로 시장주의내에서는 자신을 팔 수 있어야 하는거고, 그 시장중 가장 큰 시장이 인력시장이다. 그 인력시장에서 구매자로서 가장 원초적인 질문은 저거다. 물론, 면접의 과정을 통해서 구매의 포인트를 짚어내는 것이 면접관의 할일이긴 하지만, 면접을 보다 보면, 자신의 장점을 전혀 어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내 눈에는 보이고 그 장점을 어필하도록 유도해도 못한다.
이건 뭐, 지금 다니는 회사가 작아서 저런 질문에 멋지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안오는 건지.. 아니면, 정말로 저런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문건지.. 모르겠다. 에휴.
RSS로 구독하고 있는 독자입니다. 오랫만에 crowmania님의 글을 보고 느낀 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집니다.
crowmania님은 훌륭한 개발자로 십수년 일하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제 선배된 입장에서 같이 일할 사람을 선택하시게 된 것 같습니다. 아직 프로그래밍을 얼마 하지 않은 후배가 드릴 말씀으로는 주제넘을 수도 있으나 안타까운 마음을 전해드립니다.
” 면접관으로 들어가서 정말 기초적인 IT지식들을 물어보”셨다면 뽑아야 할 역할이 개발자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crowmania님이 아쉽게 생각하시는 부분이 “자기 PR을 잘 못하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전 좋은 동료 개발자 = 똑똑한 동료 개발자라고 생각합니다. 최소한의 의사사통 능력을 갖고 있는 똑똑한 개발자 말씀이지요. 그러나 똑똑한 개발자는 “자기 PR”을 잘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전에 언급하셨던 “프로그래밍은 왜 어려울까(http://crowmaniac.net/%ec%96%b8%ec%96%b4-%ec%82%ac%ea%b3%a0-%ed%94%84%eb%a1%9c%ea%b7%b8%eb%9e%98%eb%b0%8d%ec%9d%80-%ec%99%9c-%ec%96%b4%eb%a0%a4%ec%9a%b8%ea%b9%8c/)”라는 글에서도 말씀하셨듯이 보통 사람들이 하는 생각의 흐름과 다른 방향으로 사고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죠. 물론 “자기 PR”을 잘 하는 똑똑한 프로그래머도 있겠지만 요지는 그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잠깐 언급한 “최소한의 의사소통 능력”은 주관적인 기준으로 밖에 판단할 수 없으므로 crowmania님의 기준에만 맞기만 하면 괜찮다는 생각이지만 대화능력의 허들이 크게 높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좋은 동료와 함께하시길 빕니다.
전, 개발자들이 PR에 약하다는 건 좀 편견이란 생각이 듭니다. 타 직종의 사람들과 사고하는 방식이 다른게 사실이긴 하지만, 그래서 개발자가 면접에 들어가는거죠. 개발자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요. 🙂
제가 저 질문을 하는 요지는, 회사가 면접자를 채용해야하는 “이유”에 대한 “논리”를 요구하는 겁니다. 논리적인 사람들이잖아요? 우리 개발자들은. 🙂
주저리주저리쓰다보니 이런 이야기를 빼먹었네요. ㅎㅎ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답변을 빨리 주셨네요. ㅎㅎ 저 또한 빼먹은 이야기가 있네요.
두 가지 관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프로그래머들의 성향에 관한 것입니다. 면접이라는 것은 공개석상과 같은 느낌을 받게 합니다. 멍석 깔아놓은 상태와 비슷하죠. 대체적으로 프로그래머들은 멍석 깔아놓으면 말을 잘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이 생각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것은 “프로그래밍 심리학” 이라는 책의 내용 중 일부입니다.) 물론 구직자라면 여러가지 질문에 대한 예상과 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생각하지만, 타인과 대면하는 경우 프로그래머들은 “포장을 잘 못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논리적인 사고를 압도하는 심리적인 영향을 크게 받는 상황이라는 것이죠. 말씀하신 “자기 PR”은 언변에 포장이 필요한 경우이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비프로그래머 집단보다 프로그래머 집단이 평균적으로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그래서 관리직(팀장 등등)인 분들 중 일부는 언변이 훌륭한 사람에게 낮은 기대를 하기도 합니다.(이 일부의 관리직의 관점은 제가 생각해도 좀 아닌 것 같습니다만..)
두번째 관점은 프로그래머들은 직관적인 사고를 하는 경우가 많아서 질문에 대한 인식을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따라서 말씀하신 “내가 당신을 왜 뽑아야하죠?”라는 질문을 예로 든다고 하면 아주 직설적인 대답이 즉각 무의식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죠. 예를 들면 “뽑힐만 하니까 뽑아야합니다.”라는 식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직설적인 대답은 포장을 잘 못하는 특징에 사회적인 반감에 대한 방어기재로 바로 대답하지 못하게 되고 대게 머뭇머뭇한 반응을 쉽게 볼 수 있게 됩니다. 말씀하신 면접대상자의 논리를 보시려면 논리에 충실한 질문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쭉 쓰고 나니 진짜 주제넘어 보이겠네요. 제가 마음 상하게 했다면 죄송합니다.
프로그래밍 심리학은 저도 읽었고, 훌륭한 책이죠. ㅎ 프로그래머라는 인간과 그 주변부의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분석은 날카롭긴 합니다.
하지만, 그 책도 워낙 오래되기도 했거니와, (1973년에 출간이죠) 25주년 기념판때(1998년이죠)에는 몰라도, 대략 15년이 더 흐른 지금에도 과연 옳은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한글판은 1998년판을 옮긴걸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에서 그 책이 갖는 가치는 프로그래머와 그 주변부에 대해 사회과학적으로 접근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라는 정도라고 봅니다만.
게다가, 21세기에 접어들면서. 특히 XP등의 빠른 iteration과 정확한 요구사항 분석을 통한 개발 방법론이 대세가 된 최근에는 개발자들에게 요구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점점 높아져만 가죠. 실제로 면접을 보면, 언변이 그리 나쁘지는 않습니다. ㅋ 아마, SNS등의 환경변화로 자기표현할 일이 많아지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두번째 관점은 사람들은 누구나 그대로 인식합니다. 그러니 저 질문은 보란듯이 직구를 던지는게 맞습니다. 받아쳐서 홈런쳐보라고 센터로 던지는데 다들 헛스윙이네요. 너무 어렵나.. -_-;
ps1. 그리고, 논리에 충실한 질문은 저 마지막 질문 전에 한 15개정도 퍼붓습니다. ㅎㅎ
ps2. 뭐. 상처받을만한 댓글은 아닌데요? ㅋㅋ
ps3. 요즘 DrivingForceGT로 그란투리스모5하는데 재밌습니다.
왜뽑아야하는지 자기PR..이라고하면 말 잘하는 개발자라고 생각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냥 코딩 테스트로 판단하는게 나을수도 있을거같아요. 말만 잘하는 개발자도 많으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