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스는 영원하다.”
빌 샹클리라는 축구감독의 발언에서 유래한 최근의 이 유행어는 스마트폰, 7인치 탭, 10인치 패드의 ‘클래스’에도 정확하게 적용된다. 이 ‘클래스’는 성능같은 geek한 속성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것이 아니라, 단 한가지의 속성에서 결정된다. 그건 바로.
크기
크기! 크기! 크기! 무게나 성능, 두께같은 다른 속성은 부차적일 뿐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크기. 화면 크기다. 화면 크기는 상당히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는데, 크기는 무게나 두께를 동반하고, 이렇게 도출된 물리적 스펙은 이동성을 결정짓는다. 이 이동성은 배터리의 성능과 연결되어, 탑재가능한 CPU를 결정짓고 성능을 도출한다.
크기가 가장 중요한 요인인 또다른 이유는 인간의 시력에 있다. 인간이 볼 수 있는 글자의 최소 크기는 정해져 있다. 개인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최소 10pt이상은 되어야 편안하게 읽는 것을 보통이라고 가정할때, 장치별 화면의 크기는 해당 장치에서 한번에 볼 수 있는 정보의 양이고, 그 정보의 양은 장치의 사용성을 결정짓기 마련이다.
물론, 역으로 생각해보면, 사용성에 맞추어 그 크기를 결정지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눈앞에 놓여진 클래스는 ‘화면 크기’다. 정보를 ‘읽는’다는 측면에서 접근해보면 좀 간단할 것 같다. 흥미롭게도 책장의 책을 유심히 살펴보면 비슷한 분류의 책들은 그 크기도 비슷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컴퓨터 관련 서적들의 크기는 다 비슷하고, 소설책들의 크기 역시 다 비슷하다. 소설책을 A4로 내지는 않으며, 레퍼런스를 문고판으로 내지는 않는다. 컨텐츠가 요구하는 사용성에 맞게 크기가 결정된 것이다. 논리의 앞뒤가 바뀐다고 해도 결국 크기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실제로 아이패드가 처음 나왔을때 덩치큰 아이팟 터치라고 비웃음을 샀지만 (필자도 그 비웃음에 동참했었다.) 실제로 써보니 전혀 다른 경험이었다.
현재 가장 대중적인 클래스인 4인치급의 스마트폰, 7인치급의 탭, 10인치급의 패드, 12인치급의 노트북은 각각의 클래스에서 경쟁하는 제품이지 서로 경쟁하는 제품이 아니다. 즉, 삼성이 내놓은 갤럭시탭은 아이패드의 경쟁자가 아니라, 7인치탭의 시작점에 불과하다.
새로운 개념의 제품이 등장하고 각 클래스에서 패러다임이 바뀌는 현상은 4인치급에서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다. 언젠가부터 PDA라는 용어가 사라졌으며, 스마트폰이 대세다. Palm과 WinCE로 대표되던 PDA들이 아이폰을 앞세우고 안드로이드가 뒷받침하는 스마트폰에게 처참하게 패배한 것이다. 이런 전례로 비추어 보건데 예상되는 경쟁관계는 7인치급의 네비게이션/PMP와 탭의 경쟁, 그리고 10인치급의 넷북과 패드의 경쟁이 될 것이다. 4인치급의 전쟁을 돌이켜보건데, 획기적이고 파급력있는 제품이 뚫고, 유사한 다종의 제품들이 기반을 다지는 형태의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 10인치급은 애플의 iPad라는 에이스가 존재하지만, 7인치급의 갤럭시탭이 그 에이스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10인치급의 넷북은 iPad가 열어제낀 패드들에게 밀려나갈 가능성이 높으며, 7인치급의 탭은 네비게이션/PMP들이 탭의 기능을 흡수하면서 통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4인치, 7인치, 10인치 등의 화면크기는 손에 “들고” 사용해야하는 상황의 모바일 범용 컴퓨팅 장치에서는 결정적인 factor이며, 당분간 이 클래스는 변동치 않으리라고 본다. 축구에서처럼 클래스는 영원하다.
ps. 적어놓고 보니 당연한 이야기를 어지럽게 풀어버렸다. 이런 산만함이라니. or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