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본 포스팅은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채용하고 2012년 3월에 공개되어 4월하순에 한국에서 발매된 Apple의 new iPad에 대한 포스팅이다. 이미 공개된지 3개월, 한국에서 발매된지 2개월이 지난 시점이기 때문에, new iPad 자체의 스펙이나 기능성보다는 Apple이 어찌보면 단순한 디스플레이의 교체만으로 내놓은 이 신제품이 갖는 전략적인 위치와 그 의미,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한 Apple의 능력에 대한 분석이 주가 될 것이다.

2. new iPad vs. iPad 2 & iPad: 이게 다 레티나 때문이다.

Apple은 2010년 4월, 소문만 무성하던 태블릿형 컴퓨터인 iPad를 세상에 내놓았다. 최초의 태플릿형 컴퓨터는 아니었지만, 기존의 데스크톱용 운영체제가 아닌 애플의 Mac OS X을 기반으로 만든 iOS를 채용하면서, 컴퓨터로서의 위치보다는 새로운 “태블릿” 혹은 “패드”라는 전자기기의 영역을 구축하였다. 이는 Android 3.0 – HoneyComb의 등장으로 이 클래스의 전자기기가 하나의 시장이 되었음이 증명되었으며, 현재 많은 제품들이 iPad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게 되었다.

iPad의 성공적인 출시 이후에 애플은 CPU를 듀얼코어인 A5로 바꾸면서 게임성능의 강화를 강조한 iPad 2를 출시하였으며, 이는 가벼워지고 날렵해진 디자인의 힘을 얻어 역시 성공적인 작품으로 자리잡았다. iPad가 혁신적인 새로운 시장을 여는 돌파구적인 제품이었다면, iPad 2는 이동성(무게감소)과 사용성(스마트커버), 그리고 게임플랫폼으로의 확장을 시도해 iPad가 만들어낸 “태블릿”이란 시장을 확고하게 만들기 위한 제품이었다.

그리고, new iPad가 출시되었다. 디자인도 동일하고 무게는 오히려 무거워졌으며, 나아진 점이라고는 4개로 바뀐 GPU-메인 프로세서인 CPU가 아닌 화면 처리를 담당하는 프로세서-뿐인 이 제품에 대해 필자를 포함한 사람들은 의아해했다. 일단, 과거의 제품들과 new iPad의 차이를 알아보자.

iPad iPad 2 new iPad
크기(HxWxD, mm) 243x190x13 241x186x8.6 241×186x9.4
무게(g) 680g 601g 650g
CPU 1Ghz A4with SGX535 GPU 1Ghz dual core A5with SGX543MP2 GPU 1Ghz dual core A5Xwith SGX543MP4 GPU
메모리 256MB DDR in A4 512MB DDR2 in A5 1024MB DDR2 on board
해상도 1024×768 (132ppi) 1024×768(132ppi) 2048×1536(264ppi)
화면크기(inches) 9.7 9.7 9.7
배터리 24.8Wh 25Wh 42.5Wh

위의 표에서 굵은 글씨로 강조된 부분이 각각의 버젼에서 강조되는 부분이다. 위의 비교를 토대로 판단해보면, iPad는 장점이 없으며, iPad 2는 가장 가볍고, 가장 얇다. 반면에, new iPad는 iPad 2에 비해 무겁고 두껍지만 GPU가 강화되었고, 메모리가 증가했으며, 무엇보다 해상도가 높아졌다. 326ppi를 자랑하는 iPhone 4의 레티나 디스플레이에 비해서는 약하지만, 264ppi의 대형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장비했다.

new iPad가 iPad 2에 비해 강화된 부분을 살펴보면, GPU의 강화와 메모리의 증가는 레티나 디스플레이 도입에 의한 필수적인 요소로 생각된다. 해상도 면에서 보면 1024픽셀에서 2048픽셀로 정확히 2배가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표현해야하는 픽셀의 수가 4배로 증가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더욱 강력한 화면처리 프로세서와 이 프로세서가 화면을 그려내기 위한 메모리가 더 많이 필요했을 것이고, 그런 이유로 GPU와 메모리를 증설한 것이다. 또한, iPad 2의 A5까지는 메인 메모리가 CPU에 내장된 형태의 SoC(System on Chip)구성인 것을 알 수 있는데, A5X는 SGX543MP4를 넣기 위해 내장 메모리를 포기하고, 그 자리에 SGX543MP4를 넣은 것으로 생각된다. 이는 단순한 변화로 보일 수 있지만, 메인보드의 제조 공정이 더 복잡해지게 되므로, 원가의 상승을 가져올 수 있다.

new iPad가 iPad 2에 비해 약해진 부분. 즉, 두께와 무게 역시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도입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더 많은 픽셀을 사용해야 하고, 더 많은 GPU를 사용해야 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필요한 전력량의 증가를 가져오게 되고, 기존의 배터리 구성대로 간다면 사용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애플은 배터리 용량을 70%정도 증가시켰다. 늘어난 배터리는 무게의 증가와 두께의 증가로 이어진다.

iPad2 배터리
iPad 2 Battery from iFixit.com
iPad3 배터리
iPad 3 Battery from iFixit

 

 

 

 

 

 

위의 그림은 iFixit에서 분해한 iPad2와 new iPad의 사진이다. 왼쪽의 iPad2와 오른쪽의 new iPad를 비교해보면, 배터리의 개수와 차지하는 면적이 거의 동일함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배터리의 용량을 증가시키기 위해서 늘릴 수 있는 것은 두께밖에 없었을 것이며, 애플은 실제로 약 1mm정도 두꺼워진 모습으로 new iPad를 출시했다.

이런 분석 결과를 토대로 생각해보면, 결국 new iPad의 모든 변화는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도입에 기인하고 있으며, 따라서 유일한 변화는 레티나 디스플레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듯 하다. 유일한 변화인 레티나 디스플레이. 혹자들은 레티나 말고는 별반 다를게 없는 이 제품이 실패할 것이라고 이야기했지만, new iPad는 판매시작 3일만에 300만대를 돌파하며 승승장구했다.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이미 아이폰에서 선보였던 것이며, 새로울 것도 없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다른 무엇이었다.

3. 9.7인치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위력

4월 20일 한국에서 new iPad가 출시되던 날, Wifi모델을 손에 넣었다. 그리고, iPad 2 3G모델과 같이 들고다니면서 사용하였다. 필자의 iPad 사용용도는 간단한 문서작성/GarageBand 및 음악제작 어플리케이션 사용/웹서핑이다. 둘을 같이 쓰기 시작한지 1달 반정도가 지난 지금, 필자는 new iPad만을 들고 다닌다.

사실, iPad 2 3G와 new iPad Wifi를 같이 들고다닌 것은 일종의 실험이었다. 3G가 주는 이동성의 편리함과 new iPad의 레티나 디스플레이간의 대결이랄까? 결론적으로 보면,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승리다. 어디서든 켜면 인터넷을 쓸 수 있다는 3G모델의 장점보다도 높은 픽셀을 가진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더 유용했다고 말할 수 있다. 매번 휴대폰을 꺼내서 테더링을 켜야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런 선택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눈에 주는 피로도가 훨씬 덜하다는데 있다. iPad 2의 디스플레이는 화면을 볼때, 픽셀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대각선이 계단형태로 보이게 되고, 이는 시각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데 부담을 준다. 반면에 new iPad의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흡사 종이에 프린트된 내용을 보는 듯 하다. 정확한 피로도는 측정하기 어렵지만, 체감 피로도는 Kindle의 e-Ink 디스플레이와 유사하거나 살짝 더한 정도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필자의 경우 iPad2의 132ppi 디스플레이는 5분이상 집중해서 문서를 읽기가 힘들었지만, new iPad의 264ppi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1시간 정도의 문서읽기가 가능했다. 단적인 사례로 iPad/iPad2로는 문서를 작성할때 간단한 메모정도에서 그쳤지만, new iPad로는 현재 작성하는 이 문서정도의 문서작업이 가능하다. 실제로 이 문서는 현재  new iPad에서 Pages로 작업하고 있다.

문서업계에서는 흑백문서를 프린트할때 300dpi이상의 해상도는 필요하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인간의 눈이 300dpi이상의 문서에서는 정밀도의 차이를 잘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300dpi에 약 88%정도 근접한 264ppi를 달성했다. 실제로 아주 근접해서 자세히 살펴보아도 픽셀을 구분하기가 힘들정도다. 분명히 LCD 패널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종이를 보는 것 같다.

웹서핑이나 문서작업등의 글자를 집중해서 보아야하는 작업의 경우에는 확실히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위력이 느껴진다. 게임이나 음악작업등에서는 그 차이가 조금 덜해지긴 하지만, iPad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육체적인 시간의 증가는 가히 혁명적인 변화라고 해도 될 것이다.

애플이 매번 혁명적인 제품을 내놓는 것은 아니지만, new iPad는 iPad의 출시 이후 나타난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된다. 비로소, 그냥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 아닌 뭔가 읽고 쓸 수 있는 장치가 되었다. 아마 이후로도 태블릿이란 카테고리에서 이를 능가하는 혁신은 어렵지 않을까라고 예측해본다. 그리고, 애플은 new iPad와 함께 전자교과서 시장을 열기 시작했다. 애플이 new iPad를 통해 노리는 시장은 종이시장이다. (iPad 2를 통해 노렸던 모바일 게임시장은 이미 장악했다고 보는 듯.)

4. 애플의 생산능력: 팀 쿡이 CEO인 이유.

거칠게 말하면, 애플은 디자이너 하우스다. 설계자이지 시공자가 아니다. 하지만, 애플의 생산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애플의 생산관리능력이다. 스티브 잡스가 사후에 애플을 이끌어 갈 재목으로 팀 쿡을 선택한 것도, 팀 쿡이 생산관리능력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운영의 달인으로 불리는 팀 쿡이 없었다면, iPhone이나 iPad가 아무리 혁신적인 제품이었어도, 가격 및 수량공급에서 적자를 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애플은 OEM생산방식과 정확한 수요예측에 기반한 대량주문방식을 통해 원가를 절감한다. 혁신적인 디스플레이인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9.7인치 규모로 탑재하고도, 기존의 iPad에 비해 가격이 동일하게 나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부품을 설계하거나 그 설계를 강요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있다. 실제로 A4에서 시작해 A5X로 이어지는 애플의 자체 모바일 CPU라인업은 CPU설계 업체를 인수하면서 얻은 지식에 기반하고 있으며,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LG Display에게 대량구매에 의한 이익을 보장하면서 얻어낸 스펙이다. 그리고, 이런 개발을 진행하면서도, 단일한 공급처에서 부품을 공급받는 것이 아닌, 다양한 공급처에서 부품을 공급받음으로 해서 수요에 대해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실제로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LG Display가 가장 큰 공급처이긴 하지만, 유일한 공급처는 아니다.) 흡사 SCM의 교과서를 보는 듯 하다.

이런 애플의 운영방식은 조립라인에서-구체적으로 Foxconn노동자의 노동강도에 의한 자살사건-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하지만, 이를 넘어서기 위해 애플은 공급처에 대한 가이드라인 및 교육과정을 설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자신이 원하는 혁신적인 제품을 알맞은 가격에 제공하면서도, 사회적인 비판을 피해가는 최적의 상황을 만들어가고 있다.

애플의 성장은 분명 디자이너 및 엔지니어들의 혁신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생산능력의 관리가 없었다면 힘을 잃었을 것이다. 생산능력의 관리는 시스템이고,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는 인력이다. 인력은 노동조건과 임금이 맞다면 잡을 수 있지만, 생산능력의 관리는 시스템을 유지할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만약, 팀 쿡이 아닌 다른 사람이 애플의 CEO였다면, 아마 new iPad에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는 일은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디자이너와 엔지니어의 혁신을 현실세계로 데려오는 능력. 이것이 기존에는 스티브 잡스의 추진능력에 기인하고 있었다면, 이젠 팀 쿡의 안정적인 관리능력에 기반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new iPad는 이 새로운 체제가 애플의 새로운 미래를 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5. 총평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사용해 종이를 경쟁상대로 잡아버린 new iPad는 기술적으로 목적한 바를 이루었으며, 점차 시장을 늘려가며 시장에서도 목적한 바를 이루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안드로이드 진영에서도 300dpi급의 화면 품질을 자랑하는 디바이스들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스티브 잡스의 유품 중 하나일 new iPad는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다. 그리고, 그의 유품 중 가장 거대한 유품인 애플사는 팀 쿡 체제하에서 당분간은 별 다른 문제없이 자리를 잡아갈 것으로 보인다.

구매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new iPad는 만약 경제적인 여유가 있고, 다른 태블릿과 놓고 저울질을 하는 상황이라면, 고민할 필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점에서, 태블릿은 2가지로 나뉘기 때문이다. new iPad와 new iPad가 아닌 것으로.

 

ps. 이 글을 올리는 이 시점에, 애플은 220ppi의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15인치 맥북프로를 발매하였고, 지금 전파인증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과연, 레티나 맥북 프로와 그게 아닌 노트북으로 갈라놓을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이 있을지는 물건을 받아봐야 알게될 것 같다.

iPad 2 vs. new iPad: 레티나를 위한, 레티나에 의한, 레티나의 iP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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