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링크없는 블로그: 반쪽짜리 블로그에서 출발하여, @minoci님, @pariscom님과의 대화를 통해 발전해서 쓰여졌습니다.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

웹은 HTTP프로토콜을 기반으로 HTML을 통한 유연한 링크를 이용해 정보사이의 소통이 가능한 길을 열었고, 이는 블로그와 위키를 만나면서 새로운 소통의 시대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 소통의 시대는 현대사회가 아직도 풀지 못하고 있는 장벽에 가로막혔다. 지정학적 혹은 정치학적 요인에 의해 갈라진 국가라는 개념이 인간사이를 막고 있는 것처럼, 이 소통의 시대는 호스트(서비스업체)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버렸다. 무서울 정도로 국가의 개념과 호스트의 현실은 연계되는데, 현실세계에서 국가의 힘이 결국 국민의 수에 의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호스트의 가치는 사용자의 수에 의존한다. 또한, 이민을 막는 최종적 발목이 인간관계라는 점을 비추어보아도, 웹에서 유사하게 작동한다. 호스트를 이동하는 것은 존재하던 관계를 버리고 새로운 관계를 생성해야 함을 의미한다. 게다가, 각 호스트에 모인 사람들의 특성은 국가가 제시하는 민족주의와 유사하게 사람들 사이의 집단의식을 이끌어낸다. 인간이 국가라는 틀에 갖혀있는 것처럼, 호스트 속에 갖혀버린다.

올블로그나 블로그코리아 같은 메타업체들이 힘을 쓰지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외국과 교류하지 않는다. 지정학적으로 가까운 사람들과 소통하기 마련이며, 다른 문화의 사람들에게 배타적인 심리를 갖기도 한다. 호스트도 마찬가지다. 대다수의 웹이용자들은 자신이 사용하는 호스트내에서 제공하는 아쉬울 것 없는 기능들을 이용하여, 자신의 주변을 만들어간다. 저 멀리에 있는 다른 호스트로 찾아가서 애써 관계를 만들 이유는 없는 것이다.

초창기의 블로고스피어를 생각해보면, 이는 더욱 자명하다. 초창기의 호스트들은 사람들이 원하는 소통량을 달성할 만큼 이용자수를 갖고 있지 못했다. 따라서, 다른 호스트에 있는 사용자들과 소통할 필요를 느꼈고, 메타사이트의 출범과 함께 블로고스피어는 빅뱅을 맞이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용자수가 증가하고 각각의 호스트들 내에서 원하는 소통량을 달성하게 된 사용자들은 점점 메타사이트에 가야할 이유를 잃었다. 이것이 이 블로그의 트래픽유입이 대부분 검색엔진과 RSS리더가 된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웹은 RSS/ATOM의 등장과 웹서비스의 발명을 통해 기능을 외부로 노출하는 가능성을 맞이한다. 일종의 국제협약이 생긴 것이다. 페이지를 표현presentation중심이 아닌 의미content중심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가능성은, 웹을 기반으로 컨텐츠간의 융합을 가능케 했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협약을 사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여전히 그들은 만족하고 있으므로.

하지만, 쓰기 힘든 글을 기반으로 하는 블로그를 위시한 출판개념의 기존의 웹은 SNS를 맞이하며 변화를 시작한다. 고정된 의미가 아닌 흐르는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SNS들은 웹에서 발명된 것들을 차용하며, 서비스간의 교차점을 만들어냈다. 대표적인 사례가 Twitter인데, Twitter는 이미 플랫폼이란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수많은 파생물을 만들며 지금 이 시간에도 변화하고 있다. 정치적 위치와 물리적 한계가 소통을 제약하는 현실세계와는 달리 SNS는 기민함과 익명성을 무기로 소통의 흐름을 가속화하고 있다. SNS는 기존의 웹을 백엔드화 하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지속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SNS역시 국가란 개념에서 벗어나기는 힘들다. Twitter, 페이스북, 미투데이, 싸이월드 등의 SNS서비스들은 이전의 웹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호스트라는 장벽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 여기에서 가능성을 하나 찾을 수 있다면, 이전의 웹이 브라우져에 기반하여 제약되고 있었다면, 현대의 웹은 RSS와 웹서비스를 이용한 기능의 노출을 이용해 브라우져가 아닌 앱으로 이용이 가능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모바일 정보처리장치들의 발전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지만, 단지 그것만은 아니다. 웹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것들이 앱에서는 손쉽게 구현이 가능하다. 실제로 웹이란 인터페이스상에서는 단순한 동기화만 가능하지만, 앱을 이용하게 되면 여러 호스트 사이의 유기적인 통합이 가능하다. FacebookTwitter를 통합한 TweetDeck이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비록 현 시점에서는 좀 단순한 형태이긴 하지만)

블로그의 출현이 만들어내고 SNS가 가속화하고 있는 RSS/ATOM와 웹서비스, 그리고 이를 잘 활용하여 유기적인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는 앱. SNS가 더 널리 사용되고 지속적인 발전을 하게 된다면, 이에 따라 앱 역시 발전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SNS사이의 표준적인 -dejure이든 defacto이든- 프로토콜이 성립한다면, 웹브라우져는 의미의 지반을 보는 뷰어의 역할을 하게 되고 앱은 그 지반들을 이어주는 소통의 혈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모바일의 발전은 소통의 순간을 키보드에서 독립시킬 것이다. 아니, 이미 독립 시키고 있다. 이러한 것들이 서로 만나면서, 결국 국가란 개념이 웹에 뿌리내린 호스트라는 현상은 소통을 제약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 글이 옛날에 쓰여진 허무맹랑한 소설이 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빅브라더가 이미 현실로 다가온 이 시점에서 정보기술이 사람들의 소통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가속화했으면 좋겠다는 작은 희망에서 출발한 생각이므로 이대로 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소통이 발전하는 만큼 감시도 발전하겠지만.

ps1. 확정형의 표현을 피하는 편이지만, 왠지 오늘은 피할 길이 없다.
ps2. 여러분은 지금 마이크로네이션에서 글을 읽고 계시고, 저는 텀블러에 대사관을 건설한 게 되는군요. 으응?!
ps3. 이 참에 다른데도 대사관을 세워볼까.. (참앗!)
웹이 아닌 앱의 시대가 오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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